Plum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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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6 02: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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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0
버스정류장이나 편의점 계산대에 다다른 후에야 지갑을 두고 왔음에 경악해 본 적이 있는가.
주머니 속 도구 하나 있고 없고에 삶의 효용과 불편이 갈리니, 출근 전 주머니에 든 물건들을 헤아린 다음에야 현관을 나서는 습관은 사회인이자 전술가로서의 당연함이 되었다.
매일 챙기고 다니는 전술적 일상 소지품, EDC Every Day Carry 가 바로 그것이다. 사용자의 일상을 보좌하는 소품들이다.
일상 속 전술의 접목을 꿈꾸는 넷피엑스의 에디터인 필자는 이전부터 EDC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상품과 브랜드를 살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수년간 전술 업계를 선도하는 북미권에서는 대외적으로 2021년 미-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종식, 대내적으로는 총기 난사 사건이나 테러리즘, 증오 범죄 등 민간인을 표적으로 하는 사건사고의 빈발로 인하여 시장 수요층의 지각변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에 군이나 특수부대를 겨냥한 상품을 제조하던 북미권 전술용품 브랜드들은 개인의 일상 속 편의와 안전, 대응, 호신 등 일상에 전술이 융합된 맥락으로 상품의 개발과 마케팅의 방향을 바꾸었다.
▲ 빅토스 사의 카운터액트 CCW 슬링백
(빅토스 브랜드 페이지 : /app/contents/brandshoplist/VTS)
이름부터 CCW라 명시하듯, 호신용 무기의 은닉 휴대를 겨냥한 슬링백.
내부에는 벨크로를 덧대어 어떤 파우치나 홀스터 등을 원하는 위치에 붙여넣어
사용자가 원하는 물품을 자유로운 위치에 보관할 수 있도록 무한한 자유도를 구현했다.
▲ 카밀러스의 인젝트 8.5’’ 폴딩 나이프
(카밀러스 브랜드 페이지 : /app/contents/brandshoplist/CML)
칼자루 양쪽의 파란색 단추를 당기면 칼자루 아래 슬롯에서 자동권총의 탄창처럼 멀티툴이 비출되는 기믹.
1876년부터 현재까지 1세기 반이라는 긴 역사와 이름 때문에 낡아 보이는 브랜드가 지금도 살아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예로부터 신뢰받는 나이프 브랜드로서의 정체성과 요즘 EDC 툴의 수요 양쪽을 모두 적중한 카밀러스의 센스 넘치는 신작.
▲ 콘도르 하이브리드 EDC 벨트 (블랙)
(상품 : /app/product/detail/141953/0)
홀스터와 각종 장비 및 파우치를 결속하기 위한 벨트 치고는 밋밋하고 지루한 모양에 속지 말라.
복대를 연상케 하는 두툼한 굵기와 너비의 배틀벨트, 이너 패드를 덧댄 레인지벨트는 오히려 몸의 윤곽을 부풀려 눈에 띈다.
묵직한 권총을 은닉 휴대해도 늘어지지 않는 1.5인치 이중 웨빙은 ‘일상에 녹아드는 호신무장’을 갖추려던 미국 민간 전술가들에게 호평받았다.
오늘날 미국의 택티컬 브랜드들은 이전의 소위 ‘잘 나가던 상품들’에서 탈피하여 민간인의 일상생활에 맞게 변형되고 있다. 이전이라면 전술용품이 ‘목숨 걸고 싸우기 위한 전사의 전투보조용품’이었다면, 지금은 ‘민간인의 택티컬 라이프스타일 아이템 & 어패럴’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술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북미권 전술용품 시장의 흐름에 따라 장차 우리나라의 전술용품 시장에서도 ‘일상 속에 스며드는 전술용품’의 흐름이 들어오리라 예상한다. 비록 우리나라는 총기가 제한적이어 북미권의 총기 은닉 휴대에 맞춘 CCW 계열 상품이 안착할 구석은 없겠으나, 전술적 일상의 편의를 추구하는 EDC 계열만큼은 앞으로 시장이 점차 확대되리라고 필자는 내다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장차 EDC를 마련하려는 요원들에게 양품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워줄 우수 EDC 브랜드와 상품의 큐레이션을 3편에 걸쳐 준비하였다.
그 중 첫 번째 편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나이프 생산 전문 브랜드의 EDC 분야로의 진출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성공적인 나이프 메이커에게 작은 쇠붙이를 가공하여 기능적이고도 매끈하게 다듬는 기술은 이미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작은 철 조각을 가공하여 여러 작업을 해내고도 절삭력을 유지하는 예리한 칼날로 다듬는 재주가 있다면, 가위나 톱, 병따개, 드라이버 등 지속적으로 힘을 받는 도구들을 만들어내는 것 쯤은 호기롭게 해볼 법하다.
바로 폭스 나이프의 벌피스가 그 부류 중 하나다.
▲ 폭스나이프 벌피스 폴딩 멀티툴 (블랙)
(상품 : /app/product/detail/145350/0)
폭스 나이프는 이전부터 나이프 업계에서 이름 높은 지역 중 하나인 이탈리아 북동부 마니아고에서 1977년에 설립된 나이프 전문 제조 업체다.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갈 잡학 상식이 있다. 마니아고는 그저 이탈리아의 동네 이름 쯤으로 넘길 지역이 아니다. 날붙이, 쇠붙이 업계에서는 유서 깊은 ‘철의 도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기록에 남은 이탈리아 마니아고 지역 최초의 철강 가공에 대한 기록은 무려 1380년 3월 31일로 확인되며, 1445년에는 니콜로 디 마니아고 공작 Count Nicolò di Maniago(1407~1485)이 인근의 강의 물을 끌어오는 인공 운하에 대한 베네치아 공화국의 공사 허가를 받았다. 이후인 1453년에는 운하의 가동과 함께 당시 반영구적 자동화기기(?)인 물레방아가 설치되며 마니아고는 ‘산업 인프라’까지 완비된 철강 도시가 되었다.
▲ 이탈리아 마니아고에 위치한 Museo dell'Arte Fabbrile e delle Coltellerie 내부
사람의 망치질, 풀무질을 대신한 물레방아 덕에 마니아고 산 냉병기, 농기구는 준수하고 균일한 품질과 안정적인 생산량으로 명성을 쌓았다.
한편 폭스 나이프는 1977년에 마니아고에 터를 잡았다. 지역의 유구한 역사에 비교하면 갓난아이나 다를 바 없었지만, 폭스 나이프는 완숙한 경쟁자들과 달리 장인정신에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결이 다른 형태로 존립을 유지하는 묘수를 택했다.
창립자 부부 중 남편인 오레스티 프라티는 호기롭게 세계의 다양한 철강 가공 기술과 기법을 탐닉하였고, 아내인 발네아 비토리아 델 미스트로는 신기술이 전통적인 칼 제조 기법에 어우러질 방안을 모색하며 지역의 선발 주자와는 차별화된 상품성을 일관되게 가꾸어냈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라는 모순된 이상을 구현해내었다니 지금의 성과와 지위가 납득이 간다.
오늘날 폭스 나이프가 내놓으며 성공한 히트작 중 하나, 벌피스 폴딩 멀티툴은 직선형의 형상이지만 고전적인 도구들에서 엿볼 수 있는 미묘한 굴곡으로 둔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외형을 만들었다.
그 안에는 일상의 실생활부터 가벼운 레저활동이나 즐거운 식음까지 염두에 둔 칼과 가위, 병따개, 캔따개, 일자드라이버의 멀티툴 조합은 실용적이고도 조밀하게 자리잡았다. 보는 맛과 쓰는 재미가 있다.
폭스 나이프 벌피스의 다른 제품들도 고전적인 형상을 거부감 없게 현대화한 아슬아슬한 균형미와 실용적인 기능들을 조밀하게 넣은 짜임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그 인기에 힘입어 2025년 4월 26일 현재 제조사 기준 총 51가지의 다양한 색상과 기능의 조합을 갖추고 있다. 제조업에서 신상품 개발이 중대사임을 감안하면 벌피스가 대성공작이었다는 반증이다.
어떤 물건이든 가장 많이 쓰며 가장 자주 보는 사람이야말로 사용자 본인이다. 기능이 적으면 아쉽고, 많으면 무거우며, 모양도 난잡해지기 마련이다.
다양한 편의기능을 주머니에 넣어 다니고는 싶으나 너무 요란하지도, 무미건조하지도 않은 적정선의 EDC 멀티툴을 찾는다면 폭스 나이프의 벌피스는 어떨까.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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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3-05-08